EORZEA Life - FFXIV

소박한 인생게임 이야기

mangoking 2020. 3. 16. 12:00

처음 비디오 게임을 접했을 때가 언제였더라..

사촌형 집에서 재믹스로 마성전설을 했던 때?

친구네 집에서 쌍용을 밤새워 클리어했던 때?

컴퓨터 학원에서 NBA 압둘자바의 훅샷을 보고 이런게 있구나 알았던 때? 

 

플레이하는 작품수나 시간, 지식으로는 절대로 하드코어 게이머라고 할 수 없지만, 

게임에 대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사랑은 무엇보다 뜨겁게 남아있다. 

 

세뱃돈 몇년씩 모아 콘솔을 사고.

천금같은 용돈으로 팩을 사던 그 시절의 나. 

 

백지와 같았던 어린 아이에게 예술과 기술의 결정체인 게임이라는 매체는 확실하게 영향을 주었을 것. 

소박하지만 식지 않는 보온밥솥 같은 게이머의 인생게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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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도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 느꼈던 최초의 게임- 파이널 판타지 7 (FFVII)

 

 

FFVII

 

플레이스테이션 1이 처음 발매되었을 때 큰 감흥은 없었지만 (당시엔 당연히 새턴을 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게임잡지에서 파이널 판타지 7의 출시 발표를 본 뒤 구매계획을 세워 명절에 받은 용돈을 보태 게임기와 게임기만큼 비쌌던 파이널 판타지 7을 구입.   

 

어린 나이에 큰 지출이 필요한 타이틀 선정은 정말이지 중요한 이벤트였다.

많은 고민 끝에 파이널 판타지 7 구입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매력적인 캐릭터 일러스트와 

무엇보다도 초등학생 시절 몇번이나 좌절을 안겨주었던 파이널 판타지 6과 드래곤 퀘스트 5, 6에 대한 도전의식도 한몫했을 것이다. 

당시는 게임 한글화는 커녕 일본과 수교도 되지 않았던 터라 타이틀도 굉장히 비쌌고,

RPG 게임의 경우 공략집을 보지 않고는 진행이 불가능 했다.   

어린 나이에는 공략집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다. 

중학생이 되면서 아버지와 격주로 서점에 가는 행사가 생겼고,

게임잡지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 나를 파이널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어줄 안내서가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렇게 제대로 입문하게 된 첫 RPG!

처음으로 밤을 새우고 플레이했던 게임이자 지금까지도 인생 최고의 게임 중 하나!!

지금 보아도 여전히 캐릭터, 세계관, 음악, 디자인, 콘텐츠 등 모든 면에서 매력적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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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W)

 

WoW

 

대학 시절 룸메이트 친구와 당시 유행하던 워크래프트 3과 모드인 도타를 즐겨하였다. 

그래서 이미 워크래프트 세계관과 스토리에 심취해 있던 차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발매되었다. 

새벽에 줄을 서서 패키지를 구입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룸메이트와 달리,

난 아제로스로 가고 싶은 열망을 참아야 했다. (아제로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주무대가 되는 행성)

도타워크래프트 3에 할애하는 게임시간만으로도 이미 학점 유지의 마지노선이기 때문.  

 

하지만 마음은 이미 아제로스에 가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룸메이트가 처음 그리폰을 타던 순간을..

다른 게임들처럼 뽕! 하고 이동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새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은 당시엔 획기적인 일이었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필드에서 사냥하고 있는 플레이들이 보이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

 

그날로부터 오래되지 않아, 나는 아제로스인이 되었다. 

가장 첫번째 캐릭터는 휴먼 여자 도적이었지만, 별 재미를 못 느끼고 두 번째이자 최후의 캐릭터로 성기사를 선택. 

바로 그 성기사로서 불의 군주 라그나로스를 토벌하고,

생각지도 않게 힐만 해댔던 아웃랜드를 지나, 

결국 워크래프트3의 모든 재앙의 원흉이었던 리치 왕을 토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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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더 이상 게임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분위기 파이널 판타지 14 (FFXIV)

 

FFXIV

 

직장에 다니고 연애를 하며 게임 시간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가끔 친구들과 고전게임이 돼버린 (리마스터로 부활한 굉장한) 스타크래프트 1을 즐기고, 

게임기는 없었지만 친구들이 집에 오면 위닝 pc판을 하거나, 모바일 게임을 간간히 즐겼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면서 게임시간은 거의 0이 되었고, 게임에 대한 열정도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그 불씨가 살아남아 활활 타오르게 될 줄이야.. 

 

와이프가 첫 아이를 출산한 뒤 산후조리원에 2주 정도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때 유튜브에서 파이널판타지 7 스토리를 찾아보게 되었다. 

'아~ 역시 파판이야' 라며 아저씨 감성을 느끼며 음악 참 좋다 생각하게 되었고,

시리즈 음악을 찾다가 파이널 판타지 14의 OST도 함께 듣게 되었다. 

 

당시에는 인생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따라 베낀 괘씸한 게임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파이널 판타지 14에 대한 감정은 불호에 가까웠다. 

그래도 그 음악은 상당히 훌륭했고,

유튜브라는 물건은 작은 노력과 관심에도 상당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결정타는 온라인 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TV 드라마 제작이 된, 

FFXIV 블로거 Maidy의 '빛의 아버지' (Maidy 블로그링크)

원작 블로그를 읽으면서 에오르제아의 세계가 너무나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 와이프가 없는 집이 외로워, 빛의 전사가 되어 에오르제아로 떠났다.

(에오르제아: 파이널 판타지 14의 주무대)